거래소 수수료 등급(VIP 레벨) 이해하기 — 등급보다 주문 방식이 먼저다
거래소 계정 페이지에는 보통 "VIP 0", "일반 등급", "Lv.1" 같은 표시가 붙어 있습니다. 등급이 오르면 수수료가 내려간다는 것까지는 다들 압니다. 문제는 그 등급을 올리는 데 드는 비용이 아끼는 금액보다 클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등급이 어떻게 매겨지고, 실제로 얼마를 아끼며, 어디에 먼저 손대야 하는지 계산해 보겠습니다.
수수료 등급은 무엇으로 매겨지나
거의 모든 중앙화 거래소가 두 가지를 봅니다. 최근 30일 거래량과 계정 보유 자산입니다. 둘 중 하나만 넘겨도 등급이 오르는 곳이 많고, 거래소 자체 토큰을 들고 있으면 별도 할인이 붙는 구조도 흔합니다. 등급은 보통 매일 한 번 재계산되며, 거래량이 줄면 다음 판정에서 다시 내려갑니다.
중요한 것은 등급이 메이커와 테이커에 따로 적용된다는 점입니다. 메이커는 호가창에 주문을 걸어 두고 상대가 체결해 주기를 기다리는 쪽, 테이커는 이미 걸린 호가를 즉시 쳐서 체결하는 쪽입니다. 등급이 오를 때 메이커 쪽이 훨씬 빠르게 내려가고, 상위 등급에서는 메이커 수수료가 0이거나 되레 되돌려주는(리베이트) 구조가 되기도 합니다.
Lv.0 30일 거래량 조건 없음 → 메이커 0.020% / 테이커 0.050%
Lv.1 30일 500만 달러 → 메이커 0.016% / 테이커 0.044%
Lv.2 30일 1,000만 달러 → 메이커 0.014% / 테이커 0.040%
Lv.3 30일 2,000만 달러 → 메이커 0.012% / 테이커 0.035%
※ 위 숫자는 구조를 보이기 위한 예시입니다. 실제 요율은 거래소별 수수료 표에서 확인하세요.
여기서 바로 눈에 띄는 것이 있습니다. Lv.0에서 Lv.3까지 세 칸을 올려도 테이커 수수료는 0.050%에서 0.035%로 0.015%포인트 내려갑니다. 그런데 같은 Lv.0 안에서 테이커(0.050%) 대신 메이커(0.020%)로 넣기만 해도 0.030%포인트가 내려갑니다. 등급 세 칸보다 주문 방식 하나가 두 배 큽니다.
등급을 올리려고 거래량을 늘리면 어떻게 되나
"등급 올리려고 거래량 좀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위험한 이유를 계산으로 보겠습니다. 30일 거래량 500만 달러를 채워 Lv.1로 올라간다고 가정합니다.
승급에 필요한 추가 거래량 = 500만 달러
그 거래량에 붙는 수수료 = 5,000,000 × 0.050% = 2,500달러
승급 후 절감 = 0.050% − 0.044% = 0.006%포인트
다음 달에 같은 500만 달러를 돌린다면
절감액 = 5,000,000 × 0.006% = 300달러
→ 2,500달러를 써서 다음 달 300달러를 아낀다
→ 회수까지 약 8개월치 거래량이 필요하다
거래량을 어차피 발생시킬 예정이었다면 등급은 공짜로 따라오는 보너스입니다. 하지만 등급 때문에 없던 거래를 만들면, 아끼는 금액의 몇 배를 먼저 지불하게 됩니다. 게다가 위 계산에는 슬리피지와 스프레드 비용이 빠져 있습니다. 실제로는 수수료보다 이 둘이 더 클 때도 있으므로 격차는 더 벌어집니다.
메이커로 바꾸면 비용이 얼마나 줄어드나
같은 계좌, 같은 전략, 같은 등급에서 주문 방식만 바꿨을 때를 봅니다. 한 달에 100회 왕복 거래를 하고 1회 노셔널이 8,000달러라고 하겠습니다.
월 총 거래대금 = 8,000 × 2(진입+청산) × 100 = 160만 달러
전부 테이커 = 1,600,000 × 0.050% = 800달러
전부 메이커 = 1,600,000 × 0.020% = 320달러
절반씩 (진입 메이커 · 청산 테이커) = 560달러
테이커 → 메이커 전환 절감 = 월 480달러
같은 금액을 등급으로 아끼려면 Lv.3까지 올려도 부족하다
메이커로 넣는 방법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지정가로 걸되 Post Only 옵션을 켜면 즉시 체결될 가격이면 주문이 아예 거부되므로, 실수로 테이커가 되는 일을 막습니다. 대신 체결 자체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대가가 붙습니다. 가격이 그냥 지나가 버리면 그 거래는 없던 일이 되고, 놓친 수익은 아낀 수수료보다 클 수 있습니다.
그래서 판단 기준은 전략의 성격입니다. 진입 타이밍이 몇 초 안에 결정되는 스캘핑이면 메이커 고집이 손해로 돌아오기 쉽고, 몇 시간~며칠 단위로 보는 스윙이면 몇 틱 기다려서 메이커로 넣는 편이 거의 항상 낫습니다. 주문이 호가창에서 어떤 순서로 체결되는지는 주문 대기열 우선순위에 정리돼 있습니다.
수수료가 손익분기 승률을 어떻게 밀어 올리나
수수료는 단순히 수익에서 빠지는 금액이 아니라, 이겨야 하는 비율 자체를 올립니다. 손익비 1:1로 거래하는 경우를 계산해 보겠습니다.
1승 이익 = 8,000 × 0.6% = +48달러
1패 손실 = 8,000 × 0.6% = −48달러
테이커 왕복 (0.050% × 2 = 0.100%) → 비용 8달러
순이익 40달러 / 순손실 56달러
손익분기 승률 = 56 ÷ (40+56) = 58.3%
메이커 왕복 (0.020% × 2 = 0.040%) → 비용 3.2달러
순이익 44.8달러 / 순손실 51.2달러
손익분기 승률 = 51.2 ÷ (44.8+51.2) = 53.3%
→ 주문 방식만 바꿔도 요구 승률이 5%포인트 내려간다
승률 5%포인트는 지표를 하나 더 붙여서 얻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목표 폭이 짧을수록 이 효과는 커집니다. 목표가 0.6%가 아니라 0.2%였다면 왕복 0.100%의 테이커 수수료가 목표의 절반을 먹습니다. 실제 요율을 넣은 계산은 수수료 계산기와 손익분기 계산기로 확인할 수 있고, 성과를 기록할 때는 기대값(R 배수)을 수수료 차감 후 기준으로 세는 편이 낫습니다.
등급 말고 먼저 확인할 것들
레퍼럴·초대 코드는 등급과 별개로 즉시 적용되는 할인
→ 이미 가입했다면 소급 적용은 대개 불가
② 거래소 토큰 결제 옵션
자체 토큰으로 수수료를 내면 추가 할인이 붙는 곳이 있음
→ 다만 토큰 가격 변동이라는 별개 위험을 떠안게 된다
③ 선물과 현물은 요율이 다르다
보통 선물 쪽이 낮다 · 등급 판정 거래량도 따로 집계되는 경우가 있음
④ 무기한 선물은 펀딩비가 별도로 나간다
수수료를 아껴도 8시간마다 나가는 펀딩비는 그대로
→ 장기 보유에서는 펀딩비가 수수료 총액을 넘기는 일이 흔하다
⑤ 요율은 종목별로도 다르다
거래가 적은 알트는 요율이 높거나 스프레드가 넓다
①번은 순서 문제라서 특히 아깝습니다. 계정을 만든 뒤에는 되돌리기 어려운 항목이므로, 새 거래소를 쓸 계획이라면 가입 전에 확인하는 것이 낫습니다. ④번은 방향이 다릅니다. 수수료는 거래 횟수에 비례하고 펀딩비는 보유 시간에 비례하므로, 자주 사고파는 사람과 오래 들고 있는 사람은 아껴야 할 항목 자체가 다릅니다.
실제로 무엇을 바꿔야 하나
순서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지난 30일 실제 수수료 총액을 확인합니다. 거래소 리포트에서 뽑을 수 있고, 이 숫자를 보기 전에는 무엇을 아껴야 할지 판단할 수 없습니다. 둘째, 그 총액을 메이커분과 테이커분으로 쪼갭니다. 테이커 비중이 높으면 등급이 아니라 주문 방식이 문제입니다. 셋째, 테이커여야만 하는 거래와 메이커로 바꿔도 되는 거래를 구분합니다. 대개 청산(익절·손절)은 테이커로 남겨 두고 진입만 메이커로 돌려도 총액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거래 횟수 자체를 줄이는 것도 같은 목적지로 갑니다. 회전율이 절반이면 수수료도 절반입니다. 노셔널을 얼마로 잡을지는 포지션 사이징 쪽 문제이지만, 수수료는 노셔널에 정비례하므로 배율을 키우면 비용도 그만큼 커진다는 점은 같이 기억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정리
② 등급 몇 칸보다 메이커 vs 테이커 차이가 대개 더 크다
③ 등급을 노리고 거래량을 만들면 아끼는 돈의 몇 배를 먼저 낸다
④ 왕복 수수료는 손익분기 승률을 직접 밀어 올린다 — 목표가 짧을수록 치명적
⑤ 가입 시 할인 코드는 나중에 소급 적용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한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수수료 등급은 거래량의 결과지 목표가 아닙니다. 등급표를 들여다보기 전에 지난달 테이커 비중부터 확인하는 편이 훨씬 빨리 돈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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